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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50cm
이름 : 관리자 작성일 : 2013.2.13  조회수 : 6098 

내용 :

저는 현재 아들 하나에 딸 셋을 둔 엄마이자 같은 장애를 가진 남편의 아내입니다. 저는 태어났을 당시에는 비장애인으로 태어났습니다. 또래 보다 성장도 빠르고 머리가 좋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열병에 걸렸고 옛날에는 의학기술이 좋지 못했던 탓에 돈이 있어도 치료를 제대로 못 받았던 시절이라 결국 저는 청력을 잃었습니다. 6살 정도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해 지금은 소리라는 자체를 잊은 지 오래입니다.

그런 제가 성장을 하게 되었고 저와 같은 청각장애를 안고 있지만 성실히 사는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임신 했을 때는 청각 장애가 유전될까 주변에서 아이 낳는 것을 만류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 부부의 의지로 아이를 낳았고 자녀 모두 비장애인으로 잘 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자지러지게 우는 소리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아이가 부딪히거나 넘어져도, 배가 고파도 눈으로 아이를 쳐다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24시간 아이를 눈으로 보고만 살수는 없으니.. 그러한 점들이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 부모 때문에 아이가 뒤쳐질까 걱정되어 도보로 15분 거리인 주산학원 유치부에 등록을 시켰습니다. 차량지원이 없어서 직접 걸어서 통학해야했는데 아이가 어려 직접 데리고 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볼일을 보다가 시간을 못 맞춰 학원 마치는 시간을 넘겨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이미 하원을 했다는 말을 듣고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 집까지 가는 길에는 큰 도로가 있고 제대로 된 인도가 갖춰지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심장은 뛰고 머리는 멍해지고 눈앞이 깜깜해지고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항상 다녔던 길로 달려갔습니다. 가는 길 내내 제발, 제발 눈앞에 보이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집으로 가는 마지막 골목 직전까지 아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골목을 돌았을 때 아이가 서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아이에게 화를 내며 왜 혼자 갔냐고 야단을 쳤습니다. 하지만 이내 아이를 그냥 끌어안았습니다. 사실 아이의 잘못이 아니었으니까요. 시간 맞춰 못 간 엄마의 잘못이고, 시간 맞춰 못 간다고 전화하지 못 한, 아니 할 수 없었던 엄마의 탓이었으니까요. 전화 한통이면 될 것을 그저 급한 마음만 가지고 학원에 가야 했으니.. 아이를 재우고 정말 얼마나 서럽게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때 이후로 저희 부부의 걱정은 더욱 커졌습니다. 이 험한 세상에 아이를 잃을까 불안했고,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충족시켜주지 못할까 걱정되었습니다.

친척, 친지들과 친밀함을 가질 수도 없었습니다. 바쁜 세상에 다들 그렇게 산다고 하지만 인천에 살면서 친정아버지 못 뵌 지 5년이 넘어가도록 안부전화 한번 드릴 수 없는 불효자식이 되어 송구스러운 마음이 가슴 한 켠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오빠들이나 동생들 그리고 하나뿐인 언니하고도 역시 만나지 못하는데 잘 사는지 아니 살아있는지 어디 사는지 일상통화조차 할 수가 없었습니다. 친구들은 또 어떻고요. 과거 농학교가 많지 않았던 시절 학교를 다니며 만났던 친구들이 졸업 후 전국 각지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어 보지 못한 세월이 몇 년, 몇 십 년입니다. 마치 우물 안에 갇혀 살게 된 시간들이었지요.

하다못해 야식 한번 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6살 7살 아이가 주문하려 전화 한다 해도 장난전화라고 끊을 테니까요. 그래서 추운 겨울날에도 아이들이 통닭이 먹고 싶다고 하면 남편이 그 추운 날 30분 거리를 걸어 통닭집에 들러 통닭을 사서 식을까 가슴에 품고 다시 30분을 걸어 돌아오면 남편의 발은 얼어있고 통닭역시 식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불평 없이 잘 먹어주는 아이들을 보며 제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아이가 조금 더 크고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전화를 부탁하게 되었습니다. 엄마를 이해하였는지 수화에 대한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수화를 곧 잘 하였고 전화 통역을 잘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통해 전화를 하는 데는 마음의 고통이 따랐습니다. 굳이 아이들은 알지 않아도 되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아이를 통해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슬펐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철이 좀 빨리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건 핑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아니 대전에 사는 친정아버지에게, 다른 지역에 사는 남편의 직장상사에게 전화를 못하는데 매번 낮이고 밤이고 직접 찾아 갈 수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실제로 그랬다면 아마 청각장애인은 예의가 없다는 편견만 심어주게 되었겠죠..

이런 저희에게 처음 팩스라는 기기가 소통의 문을 열어주었고 시간이 흘러 기술이 발전하면서 영상전화기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출시 소식을 듣고 너무 반가웠지만 한편으로 비용 면이 걱정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보화진흥원 명칭 개정 전인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의 지원 아래 농아인 협회를 통하여 영상전화기기를 보급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너무 기뻤습니다. 영상전화기 설치 일자만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집안에 영상전화기를 설치하게 되었고, 시험 삼아 먼저 설치를 마친 친구에게 영상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시간이 약간 흐르고 (저는 들을 수 없지만 신호음이 들렸겠지요?) 작은 화면에 친구의 얼굴이 보였을 때, 아니 친구 얼굴에 그날 입은 옷 그 친구 집 방안 모습까지 확연히 보였을 때 정말이지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잊을 수가 없어요.. 옆에 기사님이 기다리는 줄도 잊고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기사님이 어깨를 툭툭 두드리자 그때서야 도움주신 기사님께 죄송하다고 그리고 감사하다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부터는 영상전화기가 활발히 보급되어 웬만한 농인의 집에는 영상전화기가 있게 되었고 연락하는데 아이들의 도움이 없이도 어느 정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뿔뿔이 흩어진 강원도 사는 친구요? 대전사는 친구? 제주도 사는 친구요? 다 제 50cm 앞에서 저와 수화로 수다를 떱니다. 실제 사는 곳은 달라도 함께 하지 못해도 보고 싶을 때 궁금할 때 할 말이 있을 때 언제든 영상전화기 앞에서는 전부 50cm 앞으로 마주 앉을 수 있습니다. 소리가 없이도 말이죠.

물론 영상전화기가 없는 가족들과 연락은 여전히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야합니다. 하지만 컴퓨터로 통신 중계 서비스를 통해 충분히 통화 할 수 있습니다. 어떤 통화라도요.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노력해주신 덕분에 청각장애인 뿐만이 아니라 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분들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항상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지방으로 내려와 살게 되었습니다. 공기 좋은 곳에서 밭을 일구며 살 생각 에 설레기도 하지만.. 서울에 사는 딸들이 걱정되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나봅니다. 하지만 영상전화기가 있으니 멀리 살아도 자주 보겠지요?

우리가 이런 세상에서 도움 없이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게 될 줄 저나 그분들이나 알았을까요? 저는 IT가 뭔지 그런 것 모릅니다. 그저 사람인지라 제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꼭 필요한 고마운 무언가라는 정도 그게 제가 안다면 아는 것이겠네요. 그 덕에 저도 통화라는 것이 가능하고 아이 도움 없이 의사 표현이 되니까요.

이제 저는 영상전화기, 컴퓨터 중계서비스 등 과거20~30년 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제 세상과 좀 더 가까워진 기분입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된 서비스로 소통이 온전히 자유로운 시대가 분명 오겠지요? 벌써 이만큼 왔으니 앞으로 분명 그런 때가 올 것이라 믿습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부탁드립니다. 기다리겠습니다. ^^
우수사례
이 름 내 용 삭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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